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할머니 생신

할머니 생신이라 밤에 미리 미역국 끓이고 취사예약해놓고, 아침에 부리나케 일어나 상을 차렸다. 내년 생신은 결혼해 있을 때라 이렇게 짠, 아침상 차려드리는 것도 기념해둬야지. 

 + 내가 끓였지만 굴미역국 너무 맛있었다...

2016년 11월 5일 토요일

드디어


정말 오늘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겠다. 오빠를 만난 것만으로도 기적인데, 두집 가족들의 지지와 환영까지 받아서 몸둘 바를 모르게 행복하다. 

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눈코뜰새


입사 이래 가장 바빴으니 태어나서 가장 바빴던 때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일도 몰아치는데 대학원까지 소홀할 수 없어서 정말 진을 다 뺐다. 거기에 모여 놀기 좋은 계절이니 행사도 많고 불려다닌 곳도 찾아다닌 곳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오빠에겐 소홀해졌다. 싫은 소리하거나 서운한 티 내지 않으니 더 미안타... 오빠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변명만 하고 산다. 바빠서요, 정신이 없어서요, 여기선 저 핑계 저기선 이 핑계. 그래도 주말 동안 못 본 사람들과 부지런히 시간 보냈더니 밀린 이자는 조금 갚은 기분.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생활수칙



01 나무가 있는 곳엔 전면 주차를 한다.
02 인사는 잘하고 본다.
03 뽁뽁이는 안 버리고 모아둔다.
04 오천원 아래는 현금을 낸다.
05 누구를 만나도 축/부의금을 바로 줄 수 있을 만큼의 현금을 갖고 다닌다.
06 집에 오면 꼭 할머니 할아버지께 문안 인사를 드린다.
07 계산은 어지간하면 내가 해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08 -한 것 같다는 표현을 쓸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다.
09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별로일 땐 택시를 타서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다.
10 나보다 어리다고 말을 함부로 놓지 않는다. 말을 놓는다면 상대도 놓도록 한다.



2016년 10월 4일 화요일

잠 안 오는 밤에


양가 상견례가 남긴 했지만
결혼식 올릴 날이 나오고
식장까지 바라는 대로 가예약도 마쳐서
얼떨떨하다. (좋은 쪽으로)

결혼할 계획을 주변에 내비치자
왜 벌써 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언제 하더라도 오빠랑 할 테고
그럴바엔 미뤄둘 이유가 없어서,
그 어떤 미지의 세계라도
오빠랑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맘이다.
아빠 말처럼 싸울 날도 있고
늘 좋지만은 않겠지만 (실은 상상도 안 되지만)
뭐래ㅋㅋ아무튼 기승전결혼! 이다. 


2016년 8월 31일 수요일

개강

방학같은 건 없었어야했다. 극도로 긴장하다 두달 쉬니 평생 쉬고 싶다. 지난 학기는 그저 워밍업이었을 뿐이다. 이번 학기는 대학원에, 그것도 사회학과에 오기로 한 이상 반드시 겪어야만 할 시간들이다. 사람들 말마따나 닥치면 하게 되어있지만, 그래도 두렵다... 😫 

유수암

차가 생기고 한동안 가장 많이 갔던 유수암. 거의 집집마다 수십년은 산 폭낭 그늘에 눈길 닿는 데마다 초록으로 뒤덮여있고 봄에는 꽃피운 멀구슬나무가 인사하는 마을. 멀리 보이는 바닷가도 한눈에 잡히는 노꼬메도 정다운 곳. 미팅을 빙자한 언니와의 만남 덕분에 간만에 한숨 돌렸다. 행복한 하루. 

2016년 8월 2일 화요일

벌써 오년

불현듯 떠올랐다. 8월 1일자로 회사에 들어온지 꽉채운 5년이 되었다. 초심을 되새기자니 당시엔 오로지 버티자는 마음뿐이었지 그럴싸한 각오같은 게 없었다. 기자가 되고 싶은 적도  없었고 기자가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운명처럼 이끌려 허우적대다 보니 벌써 여기다. 2년 전에 퇴사를 결심하고 사직서 대신 모든 직원에게 썼던 엽서를 가끔 들춰보며 남아있기를 잘했다고 홀로 도닥이는데, 그것도 영 틀려버린 것을 나는 모른 척 하는 게 아닐까. 잘해왔다고 여겨왔지만 사실 이미 소용 없는 일에 힘을 빼고 있는 건 아닐까... 

2016년 8월 1일 월요일

2016년 7월 4일 월요일

첫학기 끝



잘했든지 못했든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이만하면 괜찮은 출발이다.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으면 끝은 난다는 걸 어렴풋하게 익힌 시간이었다.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영혼을 달래는 토마토스튜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를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차에 앉아 30분이나 심호흡을 해도,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와 야채 썰어넣고 토마토스튜를 끓여 먹었더니 다 잊어버린 것 같다. 냄비 하나만큼의 무게. 별 것도 아닌데. 

2016년 6월 13일 월요일

아빠의 카톡

말만 하다가 드디어 결혼으로 가는 첫 걸음을 뗐다. 얼떨떨하기만 하다. 아빠가 보내준 카톡 메시지 보고 회사에서 눈물 터뜨릴 뻔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세상에 좋은 것 재미난 것 즐거운 것 실컷 찾아다니고 누릴 테다. 

2016년 5월 6일 금요일

5월

이런 날은 아무리 5월이라도 흔치 않다. 적당한 햇볕과 말랑한 바람. 비양도가 보이는 해변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은 휴일의 오후. 

요즘따라 좋아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대답 대신 웃는다. 모든 것이 좋다. 

2016년 4월 5일 화요일

벚꽃

의무방어전같았던벚꽃놀이그래도좋았다

뭐라도 되겠지

아무리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구만리나 되어 보일 때는 그저 막막할 뿐이다. 절망속에서도 허우적대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손에 잡히는 것부터 해치울 것, 어제보다는 하나라도 더 할 것. 

2016년 3월 15일 화요일

뜨끔

어제 메일이 하나 왔다. 요즘은 왜 기사를 안 쓰는 것인지 혹시 자기가 찾지는 못하는 건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무심코 그러게요... 라고 답장을 쓰다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편집국 소속으로 기사 쓴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만뒀냐는 질문도 종종 받아왔다. 교수님은 부서 옮겼다는 소식에 왜 네가 거기서 비즈니스를 해야하느냐고 말씀하셨다. 국장님은 이따금 기사 쓰고 싶지 않냐고도 묻기도 하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2016년 2월 21일 일요일

좋은 겨울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몰라서 절절 매던 때가 있었다. 나아갈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겨울을 날 수 있었던 것은 <Bon Iver> 덕분이다. 

2016년 2월 19일 금요일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위해서


무려 5년. 대학교보다 회사에 다닌 시간이 더 길었다. 뒤돌아보니 그저 한때한때 무탈하게 넘기기에 급급했던 시간이었다. 물론 그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자랐으니. 그럼에도 빈껍데기만 남은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내내 그랬다.

입사할 때의 계획은 창창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잦으니, (대학원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걸 찾자. 도시재생에 빠졌을 땐 도시공학은 어떨까? 근대건축에 꽂히자 건축학도 생각해봤다. 문화기획자들을 만날 땐 예술경영도 흥미로워 보였다. 근대제주사를 파볼 요량으로 사학과도 염두에 뒀다. 그러다 3년이 지나자 교사가 돼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도저히 이대론 서른 이후의 삶이 깜깜했다. 아예 적을 옮기려고 사표를 내버렸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대학원은 얼마든지 가게 해주겠다, 장학금도 주겠다'는 말에 혹했다. 그렇게 반려된 사표를 다시 챙겨 넣었다. 전공 고르느라 2년 가까이 허비했다. 스물보다 서른에 더 가까워진 나이가 되자 초조해진 마음에 타협 본 게 사회학과다. 웹에 학사에서부터 교수까지의 차이를 설명하는 우스갯소리를 본 적이 있다. 이글에선 석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간다.




2016년 2월 10일 수요일

할아버지



청소하다가 할아버지 사진을 찾았다. 1919년에 태어난 할아버지는 70년이 지난 후에 첫 손녀가 태어나는 줄도 모르고 돌아가셨단다. 꿈에서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눈물이 왈칵. 참 이상하다. 이상한 일이다. 

2016년 1월 19일 화요일

내게도 삶과 시간



일을 시작하고 어느 해든 힘들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아무튼 이 노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버틸 수 있었다. 꿋꿋하게.

2016년 1월 13일 수요일

나에게 물었다

완벽한 행복이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10시일 때. 공들여 샤워하고 바디오일 듬뿍 바르고 나거 만들어둔 초도 켜놓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늙는 것. 몸도 마음도.

역사 속 인물 중 자신과 가장 닮은 사람이라면? 와 이건 난제. 무식 탄로. ㅋ

살아 있는 인물 중 제일 동경하는 사람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가장 싫어하는 타인의 기질은? 내가 옳다 무조건.

가장 좋아하는 여행은? 빨리 끝나는 여행. 아무리 좋고 편안한 잠자리여도 집이 훨씬 좋다. 고대하던 여행이어도 집밖에 나서는 순간 “빨리 돌아올게” 다짐하곤 한다.

가장 과대평가된 미덕이 있다면? 통찰력. 어쩌다가 얻어걸린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쓰는 단어나 문구는? 나는, 오늘은 이런 상투적인 표현. 

언제 가장 행복했나? 주5일 근무를 하게 됐을 때.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은가? 술을 잘 마시고 싶다.

최근 심리 상태는 어떤가? 갈피를 못 잡겠다.

당신이 이룬 가장 큰 성취는? 여태까지 회사를 다닌 것만도 내 인생의 과업이다.

가장 아끼는 보물은? 소중한 것을 여러 개로 만들어서 가치를 골고루 분산시켜 놓는다. 하나가 없어지더라도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당신이 살고 싶은 곳은? 일본 유후인 마을. 오래된 시골집 하나를 얻어서 지내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직업은? 솔직히 기자는 매력적인 직업이긴 하다. 

자신의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점이라면? 되게 예민하다. 조그만 자극도 금세 알아차린다. 

친구를 사귈 때 가장 중시하는 점은? 다른 단점을 감수할 단 하나의 장점이라도 있는 사람인가. (주관적이지만)

어떻게 죽고 싶은가? 이별 준비를 마치고 조용히 숨을 거뒀으면 좋겠다.

다시 태어나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다.

당신의 좌우명은? 감정이 격할 때 생각나는 첫 번째는 하지 않기. 

2016년 1월 4일 월요일

새해 첫날

남들은 한라산에도 가고, 좋다는 곳에 해돋이도 보러 간다는데 나도 뭐든지 해야하지 않을까 괜한 강박에 오빠랑 오름을 찾았다. 조건은 시내에서 가깝고 적당한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난이도여야 했다. 제주대 뒷편에 있는 삼의악오름은 여러모로 딱 좋았지만 우리에게 감기를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