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년. 대학교보다 회사에 다닌 시간이 더 길었다. 뒤돌아보니 그저 한때한때 무탈하게 넘기기에 급급했던 시간이었다. 물론 그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자랐으니. 그럼에도 빈껍데기만 남은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내내 그랬다.
입사할 때의 계획은 창창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잦으니, (대학원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걸 찾자. 도시재생에 빠졌을 땐 도시공학은 어떨까? 근대건축에 꽂히자 건축학도 생각해봤다. 문화기획자들을 만날 땐 예술경영도 흥미로워 보였다. 근대제주사를 파볼 요량으로 사학과도 염두에 뒀다. 그러다 3년이 지나자 교사가 돼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도저히 이대론 서른 이후의 삶이 깜깜했다. 아예 적을 옮기려고 사표를 내버렸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대학원은 얼마든지 가게 해주겠다, 장학금도 주겠다'는 말에 혹했다. 그렇게 반려된 사표를 다시 챙겨 넣었다. 전공 고르느라 2년 가까이 허비했다. 스물보다 서른에 더 가까워진 나이가 되자 초조해진 마음에 타협 본 게 사회학과다. 웹에 학사에서부터 교수까지의 차이를 설명하는 우스갯소리를 본 적이 있다. 이글에선 석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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