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7일 토요일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책을 쓴 김에 영화까지 써보려고 한다.
좋은 책이나 영화를 고르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과 영화를 골랐다.

<물랑 루즈> 바즈 루어만
사춘기에 들어서기 직전, 내게도 취향이 있다는 걸 눈뜨게 해준 영화. 보는 내내 압도됐고 볼 때마다 압도됐고 그래서 살면서 가장 많이 본 영화. 이 때는 두 배우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비포 시리즈> 리차드 링클레이터



비포 시리즈에 입문한 이야기를 하려면 첫사랑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연이라는 걸 겪게 된 17세 겨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 된 나는 방에 틀어박혀 비디오를 보는 걸로 시간을 때웠다. 웬만한 비디오를 다 빌려다 보던 중에 나름 신작이었던 <비포 선셋>을 접하고야 마는데... 밥도 못 먹고 앓던 나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 생명수... DVD를 구매해서 여러 사람에게 돌리기도 했고, 원서로 된 플레이를 구입해서 닳을 때까지 읽기도 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끝 없는 수다, 질릴 새 없이 펼쳐지는 유럽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완벽한 조합. 비포 미드나잇은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비포 던을 기다립니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티븐 프리어스
에단 호크만큼이나 존 쿠삭을 좋아해서 당시 그가 나온 작품은 죄다 봤다. 순탄치 않은 연애에 예전 여자친구를 찾아다니며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스무살을 한참 넘기고 나 역시 연애가 순탄치 않을 때 첫사랑에게 물은 적이 있다. "나, 여자친구로 단점이 뭐야?" "너는 니가 더 사랑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럼 안되는 거니. 

<클로저> 마이크 니콜스


열여덟에는 세상 온갖 것이 다 내것인 듯 굴게 된다. 전부 나를 위한 것 같다.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브로드웨이를 쏴라> 우디 앨런

존 쿠삭이 좋아서 찾아 보다가 우디 앨런에 입문하게 된 영화다. 말에 얽매이지 않는 가치관을 심어준 작품.

<위대한 유산> 알폰소 쿠아론

퍼피 러브야 말로 순도가 가장 높은 진짜라고 생각해왔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북촌방향> 홍상수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끼는 작품. 조합도 좋다. 

<로렌스 애니웨이> 자비에 돌란
자비에 돌란의 영화는 늘 아쉬운 게 있었다. 덜 여문 느낌이랄까. 하지만 <로렌스 애니웨이>에선 달랐다. 그가 보여준 메시지나 미쟝센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누가 그랬다.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야. 로렌스야. 그 메시지가 온 마음을 뒤흔들었다. 상상마당에서 혼자 보다 엉엉 울며 나왔져...

<그녀> 스파이크 존즈

지금 이 사태는 모두 <그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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