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3일 수요일

2년 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어느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 우연히 다시 보게 돼 퍼왔다. 소오르음. 

안녕하세요. 저번에 제가 <연애불구 재활치료 프로젝트> 모니터링 연재하겠다고 한 거, 기억 하실지 모르겠어요. 저도 기록해둬서 까먹지 않고, 또 저랑 비슷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공유합니다.

우선 프롤로그(?) 차원에서 제 소개를 좀 해야겠네요.

160cm은 안 되는 작은 키에 마른 체형, 쌍커풀 없고 가는 눈. '결코' 눈에 띄는 미인형은 아니예요.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곧잘 반장하고, 남자애들 쥐어패고 그야말로 말괄량이. 게다가 취향도 보통 여자애들이랑은 달랐거든요. 힙합 듣구, 축구 좋아하고, 차 종류 외우고 다니고. 덕분에 남자인 친구들이 유독 많았어요. 염색체가 XY인 친구들은 많았지만 정작 남자친구는 몇 번 없었어요. 여지는 많았는데 늘 그 기회를 뻥뻥 발로 차고 다녔거든요. 그래서 붙은 별명이 ‘연애불구’입니다.

그래서 제 기준으론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남자친구를 갈아치우는 친구가 보다 못해 모니터링에 나섰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꼼꼼하게 짚고 있어요. 낯선 남자랑 이야기 할 때도, 남자인 친구와 통화할 때도, 썸남(?)과 문자하는 것도 매의 눈으로 관찰당하고 있어요.

오늘로 이주째인데 열 가지는 나왔어요.

제일 큰 걸림돌은 역시나 ‘눈높이’. “모자란 게 없어 보이는데 여친/남친이 없으면 십중팔구 눈이 높아서”라고 친구 녀석이 말하더군요.

변명을 좀 하자면 첫 사랑이 너무 -_- 완벽했어요. 어미새 효과라고 하나요? 사랑을 가늠하는 척도가 그 친구가 하던 애정표현으로 굳어진 것도 단단히 한 몫. 이렇게 해야지 날 사랑하는 거야!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게다가 남자를 무슨 화장실 청소 점검표 체크하듯 이건 빵점, 이건 십점 이러고 있더라고요. 친구 말로는 “다 좋은데 그게 문제야 저게 문제야” 입에 달고 살았대요. 물건 살지 말지 흠 살피는 아이처럼 굴었다나봐요. ㅇ........ㅏ. 전 얼마나 잘났다고 그러고 다녔을까요. 저 자신을 자각하고 나니 얼굴이 다 화끈대서 ㅠㅠ 앞으론 절대 포기 못하는 두어가지만 두고 나머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듯(말이 쉽죠ㅎㅎ)

두 번째는 오는 남자 일단 막고, 가는 남자 붙잡지 않는 태도

겉으론 항상 자신 있는 척 당당한 척, 똑 부러진 척 다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자신감이 부족한가봐요 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좀처럼 마음 열지 않는 타입. ‘정말로 나 좋아해? 그럼 여기까지 와봐’ 선 그어놓고 올 때까지 지켜보곤 했어요. 친구의 결정적 한마디 “남자가 보기엔 니가 아쉬우면 더 노력해” 이렇게 읽힌다고...

연락와도 쌩까기 일쑤. 싫으면 아예 밀어내기라도 하던가 미안해서 간간이 연락 받아주는 바람에 간 보는 것처럼 상대방에겐 보이기도 하고..(간 보는 게 맞긴 하죠...) 원래 연애라는 게 ‘핑’ 하고 공 튀기면 ‘퐁’하고 받아쳐야 하는데 스쿼시도 아니고 혼자 치고 있으니 될 리가 있겠어요. 

이번주는 내내 야근하다 멘탈이 아니라 피지컬 붕괴되기 직전. 두서 없이 주절댔네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ㅎㅎㅎㅎㅎㅎㅎㅎ하지만 앞으로도 변할 것 같진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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