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학기 교수님댁에 갔을 때 사모님을 뵙고 '동반자' 혹은 '동지'를 만난다는 표현을 실감했다. 같이 연구도 하고 책도 쓰다니. (사람 일은 모르지만) 나와 오빠는 곧 결혼으로 맺어질 반려자이긴 해도 관심사가 비슷하지는 않아서 공동의 연구물을 내놓을 일이 없을 것 같아 더 놀라웠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 그런 사모님이 첫 책을 내셨다고 교수님께서 건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왔다. 퇴근 무렵에 책을 펼쳤다가 아주 혼났다. 눈물 범벅이 된 채로 집에 겨우 돌아왔다. 그 날 저녁 내내 오빠에게도 얘기했고, 며칠 째 여운이 남아 어직도 얼얼하다. 20 여 년을 묵혔던 그 속을 헤아려 보는 그런 이유도 있지만, 사모님이 잃어버렸다는 그 딸의 심정에 더 마음이 갔다.
- 나의 엄마 아빠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을지 몰라도 부모가 되기엔 조금 일렀던 게 아닐까. 그 탓에 나는 외가에서 크며 반쪽일 수밖에 없었다. 외가의 성향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의 기질들을 물을 곳이 없었다. 오히려 외가의 식구들과 닮은 점을 자꾸 강조하며 나는 이곳에 있어도 되는 존재라고 스스로 각인해갔다. 결국에 다 커서도, 서른에 가까워서도 미숙아다.
- 이제는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에 들추지 않았던, 멀고도 가까운 엄마와 아빠의 존재를 새삼 떠올리게 됐다. 사모님의 책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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