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선생님의 시집


한 번도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왜인지 기억에는 또렷하다.

두어해 전에 강정 취재하다 만난 선생님은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선생님이 시집을 냈다고 전화를 주셨다.
내가 할 일은 아니지만 소개 기사를 썼다. 기꺼이.
특히 꽂힌 시는


원 할머니 보쌈 집
-김규중

제주동부경찰서 사거리
아니 문예회관 사거리
이층집, 아래는
주차장으로 위에는
원 할머니 보쌈집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다른 식당이 들어서서
 
가끔 사거리 신호등에 대기할 때는
그 식당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 번도 보쌈을 먹으러 가지 않아서
원 할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그곳에 원 할머니가 계셨는지
궁금했다
식당을 그만 두고서 원 할머니는 뭘 하시는지
그것도 궁금했다
 
원 할머니를 궁금해 하며
거꾸로 생각해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며 궁금해 하지 않을까
 
저 사람 시를 쓴다는데
지금도 계속 시를 쓰고 있는지
몇 년 전에 시집을 낸 것 같은데
몇 사람이나 그것을 사서 읽었는지
그리고 저 사람 참교육 한다고 더들던데
어찌 학교에서 진짜 교육을 하고 있는지
떠드는 만큼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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