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가깝고,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건으로 추리다보니 후쿠오카의 유후인이었다.
언니도 나도 워낙 바쁠 때여서 틈을 쪼개 다닐 곳을 알아봤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휴식에 가까웠던 2박3일의 여정.
전경을 보고 나니 도저히 다른 곳은 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도호쿠에서 200년된 료칸을 그대로 뜯어서 유후인으로 옮겨온 것이라는데
근대풍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주인이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는 후문.
부담은 좀 되지만 여기서 1박 + 시내 저렴한 호텔 1박으로 메울 작정으로 질렀다.
가장 저렴한 방인 '칸'을 선택! 공식 사이트를 곧바로 거쳐서 약 47만(1인 23만 얼마)에 예약했는데, 중개 사이트를 거치면 53만원까지 가격이 부푼다.
예약 확인 메일을 영어로 주고 받았는데, 한국인인걸 알고 한국어로 다시 옴. ㅋ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의사소통에 불편은 없었다.
이분에 대한 리뷰가 갈렸는데 살가운 타입이 아닐뿐이지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 항공
제주-후쿠오카 직항 노선이 없어서 어디가 됐든 비행기를 타고 나가야 했다.
초미언니가 인천은 지옥이라고 해서 접고 찾다보니 에어부산 제주+부산+후쿠오카 패키지가! 왕복 32만원6000원에! 합리적인 가격에 예약은 했지만 시간대가 도와주질 않았다.
제주에서 부산까지 50분,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50분,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역까지 2시간인데 우리는 오전 11시 비행기로 떠나서 오후 6시10분에 유후인에 도ㅋ착ㅋ
(3시부터 체크인을 할 수 있다...고로 3시간이나 누리지 못했다는 뜻)
6시 이후라서 송영 서비스를 받지 못할 뻔했는데,
택시 못잡고 헤매는 동안 니혼노 아시타바에서 연락이 와서 픽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식전이지었지만 빠질 수 없는 웰컴푸드! 허겁지겁 먹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도 녹이고
부랴부랴 짐풀고 유가타로 갈아입었다. 일본식이라기 보단 절에서 입을법한 승복st... 상-하의와 겉옷, 양말까지 갖춰져 있다. 옷을 갈아입고 곧바로 저녁식사. 방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료칸도 많지만 여기는 식당이 따로 마련돼 있다. 손님끼리 부딪는 일 없도록 시간에 맞춰 내 자리에 안내받을 수 있다. 초미언니는 가이세키 후기때문에 망설였다고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훌륭했다. 저녁식사에는 직접 담근 과실주를 골라 마실 수 있다. 간도 삼삼하고, 채소들도 직접 재배한 것이란다. 입에서 살살 녹는 와규전골이 메인인 코스요리.

니혼노 아시타바의 가장 큰 장점은 전세탕이라는 것. 모르는 사람 틈에 껴있지 않고 온전히 나(와 일행)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2개의 노천탕과 6개의 가족탕으로 이뤄져 있다. 대노천탕은 30분 단위로 예약해서 이용할 수 있고, 다른 노천탕은 입욕중인 표시만 없으면 언제든 들어가서 이용할 수 있다. 가는 길이 으슥한 분위기라 밤에는 여성들이 그닥 찾지 않는다고 해서 여기부터 찾아갔다. 대숲에 둘러싸인 노천탕에서 눈맞으며 반신욕이라니 >_< (feat.마치 꿀같은 에비수)
술 좋아하는 초미언니 덕에 빠지지 않고 찾은 바, 바로로(barolo). 창밖에 빽빽한 소나무가 운치있었다. 영어를 잘하는(데다가 훈훈한 외모인) 젊은 바텐더와 콧수염이 인상적인 마스터(?) 둘이서 손님을 접대한다. 한껏 즐기다 자리를 떴다.
(촛점...흔들...나의 쿠크도 흔들...) 6개의 가족탕도 두루 둘러봐야 했기에 다음날 6시부터 기ㅋ상ㅋ문을 열고 나갔더니 눈쌓인 니혼노 아시타바... 잠도 깰겸 혼자 산책.
가족탕 사진을 다 찍었는데 남는 건 이것뿐. 제일 마음에 드는 아기자기한 탕이었다. 탕마다 어메니티가 갖춰져 있어서 몸을 씻을 수 있다.
대망의 대노천탕(다이노텐부로). 밤에도 멋졌지만 새벽, 게다가 나홀로 온천욕은 말로 다 못하게 근사했다. 오로지 이곳만 즐기기 위해서라도 1인 23만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하기 충분했다. 아직 가지 않은 가을과 그리고 폴폴 내리는 송이눈이 묘한 풍경을 자아냈다. 온천수에 삶은 계란을 까먹으며 혼자 온 탕을 휘젓고 다녔다.
탕에서 본 자쿠지. 방수팩을 가지고 간 덕분에 곳곳에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었다. 2년 전에 해운대에서 산 5000원짜린데... 개이득.
* 니혼노 아시타바의 특장점
- 4800평 대지에 11개의 객실이 별채로 이뤄져있어서 다른 손님과 부딪지 않고 우리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커플이 많다.)
- 2개의 노천탕과 6개의 전세탕(컨셉트가 다 다르다).
- 웬만한 어메니티가 다 갖춰져있다. 몸뚱아리와 미스트만 챙겨가면 될 듯.
- 온천욕을 마친 뒤 근사한 바에서 술 한잔이라니. (feat. 훈남 바텐더)
- 친절한 한국인 직원.
- 말이 필요없는 대노천탕... 누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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