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없인 견뎌도 볼펜과 수첩 없인 못 다니던 나는 언제부턴가 파우치 하나만 넣어 다니게 됐다. 아무리 짧은 감상이라도 꼭 수첩에 적어두는 버릇도, 하루의 마무리는 다이어리에 주절주절 늘어놓던 버릇도 언제부턴가 놔버렸다. ‘바빠서’, ‘피곤해서’, ‘그 시간에 잠을 자겠다’가 이유였다.
회사생활 1년은 내게서 너무나 많은 걸 앗아갔다. 분명 얻은 것(짜증과 투정, 아침잠)도 있겠지만 잃은 게 더 많다.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기록이 직업이 되니 언젠가부터 기록에 소홀해졌다. 앞으론 잘 해보자며 매일 밤마다 나를 재촉하다 드디어 텀블러를 켰다. 게다가 트위터고 페이스북이고 보여져도 상관 없는 글만 올리다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그런데 웬걸. 텀블러 마저도 내 말을 잘 들어주질 않아 찾다찾다 구글 블로그까지 가입하게 됐다.
사진은 2010년 부산 어느 헌책방. 내가 마셨던 커피 중 제일 맛있었던 2천원짜리 원두커피.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습도, 온도, 책 향기, 커피 맛... 작년에도 다녀왔는데 올해는 가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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